실로암

尹의 자유, 文의 자유

3406 2022. 5. 13. 11:34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는 ‘자유’가 35차례 등장합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기가 닥친 원인으로는 ‘반지성주의’를 지목.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 왜곡”과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더군요.

 

윤 대통령은 자유 확대의 해법으로 성장을 제시합니다. “번영·풍요와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 “빠른 성장은 양극화와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 “과학·기술·혁신은 자유를 확대해 존엄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 미국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유세에서 강조했던 ‘통합’과 ‘협치’라는 단어는 취임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도 ‘자유’를 언급. “저는 완전히 해방됐다. 자유다.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잘 살아보겠다. 농사도 짓고, 막걸리 잔도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면서 잘 어울리겠다.” 윤 대통령의 ‘자유 확대’가 국정목표라면 문 전 대통령의 자유는 권력에서 벗어난 홀가분함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갈등 해결과 ‘공정’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동반자” “보수·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 …. 계층·세대 갈등 해소를 위해 “서러운 눈물을 닦아 드리는 대통령”과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약속했었죠.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각자가 믿고 싶은 것만 선택”하는 반지성주의가 판치는 한 연대는 불가능합니다. 문 전 대통령 표현을 빌자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사회발전을 가로 막는 집단 갈등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 자유는 확장하고 연대는 공고해질 수 있을까요?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2022.05.10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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