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성장일까 분배일까? 아니면 적폐청산일까 공정일까? 과거 정부들이 내세웠던 이런 구호들이 2020년대를 여는 새 정부에 어울릴 것 같지는 않다.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은 그 세월 동안 두 가지 큰 업적을 이루었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화와 정치 민주화의 달성으로 21세기에 변방의 후진국가에서 글로벌 중심국가로 진입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극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선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를 지나 성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노미 상태라고 할만하다. 몸은 이미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단단해져 성년의 모습으로 성장했는데 정신은 아직도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겪은 기억들의 지배를 받으며 미성숙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현실적인 모습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서로의 공과를 다투는 미숙한 행태로 드러난다. 탄핵 정국과 촛불 정국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두 세력이 첨예한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질풍노도가 합리적 이성을 덮어 버리는 전형적인 아노미 현상이 지난 20년을 지배했다.
질풍노도의 성장통이 성년기로 넘어가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면 지난 20년의 아노미 현상은 낭비라 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보상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성장통이 심할수록 더 성숙한 성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노미의 혼돈이 극에 달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가 오히려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도 있다. 아니 약이 되도록 해야 한다.
최훈길(choigiga@edaily.co.kr) 22.05.13.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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