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일본인들은 왜 애완견처럼 얌전해졌을까?(2)

3406 2022. 5. 17. 12:13

전후 상황에 놀란 미 국무부는 전쟁 공보청 해외정보 책임자로 일하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일본 국민성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다. 그 결과물로 1946년 출간된 책이 유명한 '국화와 칼'이다.

 

베네딕트는 책에서 상징적이면서 중요한 개념 하나를 던진다. '(일본인들은) 각자가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가 그것이다.

 

그는 일본의 독특한 계층제도가 일본인의 정서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즉, 일본인들은 계층이라는 틀 안에서 가치판단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보편적인 평등과 자유 이념을 부르짖는 서구 사상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은 일본인을 기계에 묘사하기도 하지만 베네딕트는 아무리 사소한 위치라도 개별적인 가치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특성이 일본의 장점이기도 하다고 봤다. 유추하자면 일본인의 이런 기질 때문에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MBA를 받고 온 수재가 아버지 국숫집에서 국수장인이 되는 일이 가능하고, 학사 출신 직장인이 노벨상을 받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계층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포기도 서슴지 않는다. 공동체가 곧 법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자유와 자존을 포기해 버린다.

 

베네딕트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의 모순, 그것이 바로 일본인의 진실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praha@mk.co.kr)2022.05.14.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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