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정권교체한 이유 실감케 하려면(1)

3406 2022. 5. 24. 10:24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를 이끈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생래적인 거부감으로 줄곧 반대했던 이들과 처음에는 지지했으나 집권층의 위선적 행태와 무능에 돌아선 사람들이다.

 

진영과 이념적 성향이 강한 집단인 전자는 어느 정권에서나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까지 형성했던 콘크리트 지지층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쳤던 팬덤층이 그런 예다. 하지만 이런 강고한 지지 세력도 정권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성패는 합리적 이유로 정권교체를 바랐던 후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에게 “정권 바꾸기를 잘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권의 태도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이 역겨워 윤석열을 택했기에 “우리는 오만하지 않고 공정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모습이 교차한다. 예상치 않았던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은 낯설면서도 신선해 보인다. 짧은 몇 마디라도 소통을 늘린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취임 초기의 반짝 이벤트에 그친다든지,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여권 지도부를 총출동시켜 5ㆍ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전의 보수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악수를 나눈 점도 변화를 실감케 한다. 기존 대통령들이 보였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난 모습만으로도 호감을 줄 것이다.

이충재 주필 (cjlee@hankookilbo.com)입력2022.05.2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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