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민주당 해칠 ‘폭주의 정치’

3406 2022. 7. 20. 09:53

이해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바람의 주인공인 이재명 의원은 지난 10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광주와 전남 시·도민들이 결과를 보고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며 “모든 결과는 이재명의 부족함 때문이라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 을이 지역구인 이 의원이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를 찾아 “멈출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상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의 발언에 비명(비이재명)계는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해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결자해지하겠다면서 멈출 수 없다고 한 것은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식(招式)”이라며 혀를 찼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멈추지 않는 이 의원을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지중해 기행’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견줬다. 책에는 카잔차키스가 1926년 무솔리니와 인터뷰를 한 뒤 느낀 소감을 서술한 구절이 등장한다.

 

“그는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패배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비극적인 고뇌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쉬지 않고 싸워 이겨야만 한다. 멈춰 서거나 결단을 못 내리거나 토론을 시작하는 순간 그들은 패하고 만다.”

 

해당 구절이 약 100년 전에 쓰였지만, 오늘날 이 의원의 행보와 상당히 닮아 있다. 물론 이 의원을 ‘독재자’에 비유하는 것은 비약일 것이다. 하지만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고 무리하게 당권을 잡겠다는 그의 공명심은 무솔리니가 파시즘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것처럼, 민주당을 분당(分黨)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교집합’이 형성된다.

 

비명계에서는 이 의원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 차기 당권이 ‘수사 방탄용’으로 악용돼 당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을 우려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에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더라도 수사 중인 사건의 기소 여부에 따라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친명(친이재명)계는 “정치탄압”을 외치며 이재명 지키기에 나설 것이고, 비명계는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할 것이다. 이때가 바로 민주당 분당 위기의 갈림길이다. 그런데도 그는 멈출 줄 모른다.

 

1997년 대선 패배 후 조기 등판하며 ‘제왕적 총재’로 군림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막상 대선 재도전에서도 실패했다.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자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폭동으로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모두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다. “냉정한 판단과 단호한 용기를 길러 물러날 때와 행동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한다.” 공자의 말씀을 이 의원이 되새겨 볼 차례다.

이해완 기자(parasa@munhwa.com)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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