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공자가 즐겨 쓰던 표현 중 하나로 인이(人而)가 있다. 그 뜻은 “사람으로서” 또는 뉘앙스를 강화하면 “사람이라고 하면서” 정도가 된다. 주로 사람 같지 않은 언행을 하는 사람을 비판할 때 쓰던 표현이다. 이 표현은 공자 창작이라기보다는 본인이 편찬한 ‘시경(詩經)’에 실려 있는 시 상서(相鼠)에서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상(相)은 ‘살펴본다[觀]’는 뜻이다. 그러니 제목은 ‘쥐를 잘 살펴보니’ 정도가 되겠다. 모두 3장으로 되어 있는 짧은 시이다.
“쥐를 잘 살펴보니 가죽이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람다운 언동이 없구나[人而無儀]/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람다운 언동이 없는데/죽지 않고 무얼 하는고!
쥐를 잘 살펴보니 이빨이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맺고 끊음이 없구나[人而無止]/사람이라고 하면서 맺고 끊음이 없는데/죽지 않고 무얼 기다리는고!
쥐를 잘 살펴보니 사지가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예(禮)가 없구나[人而無禮]/사람이라고 하면서 예가 없는데/어찌 빨리 뒈지지 않는고!”
‘논어’에서 공자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신뢰가 없으면[人而無信]”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가 없다고 했고 또 “사람이라고 하면서 항심이 없으면[人而無恒]” 무당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얼마 전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기원한(?) 얼빠진 두 종교인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떠오른 공자 말이다.
“사람이라고 하면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人而不仁] 예(禮)는 해서 무엇하며 악(樂)은 해서 무엇하겠는가?”
사제라고 하면서 사랑이 없는데 미사는 해서 무엇하며 기도는 해서 무엇하겠는가?
워낙 정치판에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 사제들도 그 무리에 휩쓸린 듯하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그래서 화가 나기보다는 모자란 인간에 대한 연민(憐憫)만 생겨날 뿐이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2022.11.17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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