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가인 프릿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Stradivarius violin)을 가진
한 영국 신사 집을 수소문해 찾아가 바이올린을 팔 수 없느냐고 물었다.
영국 신사가 “그것은 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그는 잠깐이라도 바이올린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다.
영국 신사는 크라이슬러의 명성을 알기에 바이올린을 잠깐 만져보도록 허락했다. 크라이슬러는 그 진귀한 명품을 들어 자기 뺨 아래 조심스럽게 놓고
곧 신들린 듯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가 연주할 때 영국 신사는 나뭇가지 사이로 신비한 바람소리를 듣는 것 같았고, 또한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약 20분쯤 악기와 한 몸이 되어 연주하던 크라이슬러가 잠깐 눈을 떠보자
영국 신사가 울고 있었다.
그는 곧 연주를 멈추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조금 흥분했네요. 명품이 몸에 닿으니 정신을 잃을 것 같았어요.”
그때 영국 신사가 말했다.
“그 명품은 팔 것이 아니지만 당신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품에 있어야 하고, 당신만이 그것을 가질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명품을 크라이슬러에게 그냥 주었다.
이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