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콜럼버스를 보는 관점

3406 2020. 11. 30. 10:32

얼마 전 미국에서 출간된 브렌트 보우어스의 ‘1천년, 1천인’ 은 지난 1천년 동안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1천명을 선정해 순위를 매겼다. 이에 따르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발명해 서적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 콜럼버스는 인류가 활동하는 지리적 공간을 확대한 것이다. 그런데 구텐베르크의 발명은 의도적 노력의 결과인 반면 콜럼버스의 발견은 착각의 산물이었다. 콜럼버스는 서쪽으로 가면 아시아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며, 자신의 항로가 신대륙에 '가로막힌' 줄 몰랐다. 후에 아메리고 베스부치에 의해 신대륙임이 밝혀졌다.

유럽인들에게 신대륙은 축복의 땅이었지만. 신대륙 원주민 입장에선 엄청난 재앙이었다.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노예로 삼았다.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 상륙한 1492년 25만 명이던 에스파뇰라섬 인구는 1538년 5백명만 남았다.

역사학자들은 신대륙 발견 후 원주민 1천6백만 명, 그리고 같은 숫자의 아프리카 흑인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10월 12일 ‘콜럼버스의 날’ 온두라스에서 흥미 있는 재판이 열렸는데, 현지 인디오들이 주관한 이 재판에서 콜럼버스는 야만행위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으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극형이 내려졌고, 궁사(弓士) 들은 콜럼버스의 초상화를 향해 화살을 쐈다.

 

미국 뉴욕 타임스가 세계 석학들을 대상으로 지난 1천년간 20개 분야에서 ‘최고’ 를 조사한 결과 ‘최악의 사고’ 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었다.

같은 역사도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야만족과 잠자는 문화가 맞닥뜨릴 때 이기는 쪽은 언제나 야만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놀드 토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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