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언제까지 선거 때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지켜봐야 하나. 다시는 이런 세력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딱 두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첫째는 아름다운 말이다. 아름다운 말은 감동을 주지만, 지키기 어렵다. 고로 아름다운 말을 자주 내뱉는 정치인은 십중팔구 나라 망칠 포퓰리스트다. 본인부터 못 지키는 말을 해대니 내로남불을 달고 산다.
이제는 조롱거리가 돼버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대통령 취임사의 명구(名句). 중국 공산당도 쓰는 말임이 확인되면서 더 없어 보이게 됐다.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도 등장하지만, 대통령 자신이 표현한 대로 ‘높은 산봉우리’ 중국이 ‘작은 나라’ 한국의 정당 후보 연설을 베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공산당산(産)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터. 그런데 우리가 아는 중국이 과연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인가. 공산당 간부들이 다 해먹는 일당 독재체제가 그럴 수는 없다.
조국 씨의 아름다운 말.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드러난 진실은 이랬다. ‘나와 내 가족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용이 될 테니, 당신들은 가붕개로 살아라.’
두 번째로 조심해야 할 건 나랏돈으로 선물 준다는 자들이다. 나랏돈이라는 게 결국 세금이고, 따지고 보면 내 돈이다. 내 돈을 제 돈처럼 쓰고 생색내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장래, 청년의 미래에는 관심 없는 선거 한탕주의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남의 돈을 자기편에 쏟아붓게 마련이다. 5년간 3300여 개 시민단체에 7100억여 원을 지원해 좌파 생태계를 구축해준 박원순 전 서울시장. 그 불명예를 남기고도 ‘대부(代父)’ 대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누가 과연 책임 못 질 아름다운 말과 남의 돈으로 선물 준다는 약속을 남발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새기면서.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21,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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