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명예 가로채기

3406 2021. 8. 12. 11:35

미술관에서 젊은 가이드가 하는 일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사람들을 그림 앞으로 인솔해 질문에 대답한 뒤 옆으로 물러나라.’ 처음에 그는 잘했다. 관람객들을 명작 앞으로 안내해 화가의 이름을 알려 준 뒤 저만치 비켜섰다. “모네의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감탄을 연발하며 한두 가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다음 명작으로 인솔해 같은 말을 반복했다. “렘브란트의 그림입니다.” 그는 물러섰고 사람들은 다가서서 감상했다. 간단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그 일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자부심이 너무 대단했나 보다. 얼마 안 있어 제 역할을 잊었던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 오는 줄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물러서야 하는데 작품 곁에 그냥 서 있었다. 일행이 감탄을 연발하면 그는 가슴을 내밀고 얼굴을 붉히며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따금씩 “감사합니다.”라는 말까지도 했다. 남의 작품에 대신 공로를 취한 것이다.

 

젊은 가이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그림에 조금씩 더 바짝 다가섰다.

처음에 액자 위로 팔을 뻗더니 나중에 자신의 몸으로 작품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그때 그의 상관이 끼어들었다. “맥스, 이 일에서 중요한 건 네가 아니다. 내 명작들을 가리지 마라.”

화랑의 가이드들은 명작에 대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없다. 복음을 부탁받은 우리도 감히 박수를 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박수에서 비켜남이 마땅하다. 우리의 메시지에서 중요한 분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작아지고 하나님은 커진다」/ 맥스 루케이도

 

“명성보다 진정한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기는 자는 억지로 만들어낸 명성보다 참된 선을 더 사랑하는 자다. (스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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