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2)

3406 2021. 9. 1. 10:16

세계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질타가 쏟아져도 문 정권은 묵묵부답이다. 이 단계만 버티면 자신들만의 세상이 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권력을 부여받은 위임 민주주의가 위임 독재로 변질되어가는 생생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권이 민주 절차를 악용해 민주주의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정권은 비(非)자유 민주주의(iIliberal democracy) 권력이다. 비자유 민주주의 정권은 직접 민주주의를 빙자해 포퓰리즘과 민족 감정을 부추기고 자유주의와 법치주의를 공격하는 대중 독재다. 여기서 문 정권의 대중 독재는 현대 대중 정치의 괴물(怪物)인 파시즘과 만난다.

 

세계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보편적 잣대를 거스르는 언론중재법을 문 정권이 강행하는 배경엔 열광적 정치 팬덤이 자리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말인데도 대선 득표율(41%) 수준으로 강고하다. 대깨문과 문빠는 문 대통령과 조국을 민족 공동체를 구원할 정치적 구세주와 순교자로 우러르는 세속 종교의 신도들이다. 이들은 부동산 폭등과 백신 정책 실패를 보면서도 맹목적인 지도자 숭배에 집착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결과로 판정된다’는 민주시민의 균형 감각을 거부하는 정치적 근본주의는 파시즘의 독버섯을 키운다. 현란한 색깔의 독버섯이 위험한 것처럼 선악의 정치를 가르는 파시스트적 근본주의도 민주주의에 치명적이다.

 

파시즘으로 치닫는 문재인 정권에서 광신적 정치 팬덤 못지않게 나라에 해로운 것이 살아있는 권력에 부역하는 지식인들이다. 문 정권의 특징인 ‘내로남불’은 위선을 넘어 파시즘의 본질인 ‘적과 동지의 이분법’에서 나왔다.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지식인들이 문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파시스트적 우적(友敵) 논리로 옹호하는 것보다 참담한 풍경도 드물다. 조국 일가의 범죄를 입증하는 온갖 물증과 법원 판결조차 궤변으로 부인하는 전문가들은 지식인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다. 영악한 철학박사 출신이었던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P J Goebbels·1897~1945)는 나치 패망으로 자살할 때조차 ‘괴벨스 박사’로 불리길 원했다. 그리고 괴벨스 없이는 나치 제3제국과 히틀러도 있을 수 없었다.

 

언론중재법 사태는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측정하는 시금석이다. 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킬 악법 통과에 앞장서거나 방조·방관하면서 민주주의자일 순 없다. ‘자유의 적(敵)에게는 자유를 부여할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를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트린 언론중재법은 누가 진짜 민주주의의 적인지 만천하에 폭로하고 있다. 자유 언론을 두려워하는 자(者), 바로 그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시스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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