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지도층 부패와 軍 기강 해이가 만든 비극(2)

3406 2021. 9. 4. 09:41

서류상 30만 명인 아프간군 대부분은 유령병사였고, 이들이 받아야 할 봉급은 부패한 정치인과 지휘관들에게 돌아갔다.

 

우리 국군(國軍)은 건강한가? 국군은 외적으로부터 우리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다. 희생과 헌신의 각오, 고도의 전문성, 높은 명예심과 확고한 생사관, 엄정한 군기. 국민이 군에 바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요즘 국군의 주적(主敵)이 성추행으로 바뀐 것 같아 참담하다. 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국군 지휘부에 있다. 군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고, 위급할 때 국민의 이름으로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시내 카페로 불러낸 일이 있다. 둘이 앉아 육군 장성 인사를 협의한다는 명목이었다. 부른다고 나간 사람도 딱하지만, 5급 행정관의 참모총장 카페 호출은 크게 부적절했다. 군의 명예나 위상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인식을 결여한 처사였다. 별 넷 참모총장이 5급 행정관의 호출을 거부할 수 없었던가? 청와대였기 때문인가? 이 일로 많은 사람이 군의 명예와 위상을 염려했고, 동시에 청와대의 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우려했다. 이 정권 들어 북한은 가까이하면서 동맹은 멀리한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키겠다며 훈련에도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말 한마디 못 하니 군의 처지가 더욱 난감하다.

 

물론 대한민국과 베트남, 아프간은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러나 불행은 멀리 있지 않다. 조건만 맞으면 순식간에 달려온다. 정권은 교체할 수 있으나 국군은 대체 불가능한 조직이다. 군은 자존감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국민과 정권도 국군의 명예를 존중하고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기본이자 아프간 사태에서 얻는 작은 교훈이다.

 

김경수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