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책임 안지는 국정' 文정부 적폐(2)

3406 2022. 1. 22. 11:52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후 행보는 전혀 딴판이다.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그 전형을 보여준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서 연금 고갈 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경고가 줄을 잇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집권 초 전문가들로부터 국민연금 위기 타개책으로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을 때 그가 퇴짜를 놓으며 한 말에 그 까닭이 담겼다. “(요율을 높이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 운영의 최우선순위가 당장의 국민 여론일 뿐, 연금 재원 고갈 여부는 그다음 문제라는 선언이자 실토였다. 미래를 대비한 개혁은 현 세대의 불편과 양보를 전제로 한다는 게 상식이다. ‘국민 눈높이’를 들어 그 상식을 거부한 문 대통령은 이후 5년이 다 되도록 국민연금 개혁에 눈을 감고 있다.

 

국민 노후 생계안정을 위한 핵심 장치여서 ‘복지의 척추’로 불리는 연금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속가능성 유지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차기 선거에서 악재가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연금 개혁을 단행했고, 각오했던 대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던 이유다.

 

이렇게 중요한 기금의 고갈 위기에 손 놓고 있는 것도 잘못인데, 문재인 정부는 한술 더 뜨는 조치까지 내놓으려고 한다. 기금 운용을 위해 주식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을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소송까지 내기로 하면서 결정권을 사실상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맡기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금 개혁을 외면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짚어야 할 문제다.

 

권한이 있으면 책임이 따르는 게 세상사의 기본이다. 운용 성과에 아무 책임도 질 일 없는 사람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내주는 건 그런 기본을 거스른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경영을 위축시키는 등 평지풍파를 일으킬 게 뻔하다. 설상가상의 국민연금 운영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지지 않는 국정’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를 분명하게, 여러모로 보여준다.

이학영 논설고문 haky@hankyung.com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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