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한국 경제가 망하는 유일한 길(2)

3406 2022. 4. 19. 11:19

한국을 덮친 ‘싱크홀 경제’도 대중영합주의 확산의 후폭풍이다.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03년 결산백서에서 “더 많은 포퓰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게 시작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5년 내내 소주성이라는 이름의 ‘대중경제학’ 처방이 노골화됐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평균 경제성장률만 해도 연 2.1%로 박근혜 정부(3.0%)보다 크게 부진하다. 2019년 성장률이 2.2%로 쪼그라든 데서 보듯 코로나 탓만도 아니다. 1인당 총소득(GNI) 증가율도 연 1.1%로 박 정부(4.0%)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작은 성과를 부풀리고 남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며 끝없이 ‘선진국 진입’을 자화자찬 중이다. ‘이제 민주주의가 꽃피었으므로 번영의 황금시대가 시작됐다’던 한 세기 전 페로니즘의 선동과 판박이다.

 

대중주의 경도는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최대 위협이다. 대중경제학적 처방은 언제나 열광으로 시작해 급격한 인플레와 실업으로 끝난다. 그리고 피해는 빈민과 중산층을 직격한다.

 

눈 밝은 한국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대중주의를 심판했다. 본격 승부는 이제부터다. 부동산·일자리 대란에도 자칭 ‘포퓰리스트’ 후보는 절반 가까운 표를 쓸어 담았다. 거대여당의 검수완박 폭주에서 전해지는 기운 역시 음울하다. 노골적인 ‘포퓰리스트 보위’ 입법을 밀어붙이는 대목에서 대중주의 세력의 무력과 결의가 감지된다.

 

슘페터는 자신의 존재가치 입증이 지상목표인 지식인 집단의 방종을 선진 자본주의의 최대 적으로 꼽았다. 이들이 맘먹고 선동하면 낙오한 대중은 포섭될 수밖에 없다고 좌절했다. 한국의 ‘슘페터 몰락’ 저지를 위한 패러다임 재구축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아젠다여야 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22.04.15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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