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그런데 지난달 10일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바로 이튿날인 11일 청와대 곳곳을 꼼꼼히 보았다. 백 번 들은 말도, 백 번 읽은 문장도 단 한 번 봄[一見]만 못했다.
청와대 개방 후 첫 일요일인 5월 15일 오후 드론으로 촬영한 청와대 전경. 북악산아래로 청와대 본관, 관저, 여민관 등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청와대 개방 후 첫 일요일인 5월 15일 오후 드론으로 촬영한 청와대 전경. 북악산아래로 청와대 본관, 관저, 여민관 등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북악산의 중심맥[中出脈]이 동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그 좌우로 곁가지[傍脈]들의 호위를 받는다. 중심맥은 구(舊) 청와대 터(노태우 이전의 대통령 집무실)를 만들고, 서쪽에 청와대 본관을, 동쪽에 대통령 관저 터를 만들었다. 모두 맥을 받았다. 그 맥들의 전개 형태가 얼레빗[소치·梳齒]과 같다. 조선조 풍수 관리 선발 필수과목 ‘감룡경(撼龍經)’이 언급하는 ‘소치혈’에 그대로 부합한다. 풍수상 청와대 터는 흉지가 아닌 길지다. 풍수는 잘못이 없다.
옥에도 티가 있는 법. 조선 개국 초 풍수 관리들은 세 가지 작은 흠을 지적하였다. “북서쪽(자하문)이 함몰되어 골바람이 불며, 바위가 많으며, 물이 부족하다.” 그 문제점들은 현대의 토목·건축·상하수도·조경으로 완벽히 해결되었다. 1960년대부터 한 청와대의 조경(특히 소나무 식재)은 세계 대통령궁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는 중론이다.
그런데 왜 이병주의 ‘예언’대로 대통령들이 불행했는가? 김종인의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막강한 권력을 갖는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제일지라도 의회 중심주의로 권력을 분산해야 대통령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결론이다.
청와대가 개방된 지 한 달이다. 백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청와대 곳곳을 누비면서 밟아댔다. 지신(地神)밟기는 충분했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대한민국 제일 국가 정원’이자 미래 문화유산이 되길 기원한다.
입력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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