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호 기자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전략
규제개혁을 과연 할 생각이 있는지? 단순히 정치적 수사인지? 혹은 100년 대계의 대한민국을 꿈꾸며 내린 용단인지? 어떤 길로 가게 될 지는 정부의 ‘선택’을 보면 미리 알 수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소비자측 인사가 책임과 결정을 맡도록 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세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 갈래는 입법차원으로 규제의 뼈대가 되는 법률을 과감히 개정, 폐기하는 것이다.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의 생사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우리 국회는 이 중대한 법률제정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첫 국회였던 13대 국회가 938개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는 25배나 많은 2만4141개의 법률안을 발의 했다. 기업은 법률에 딸린 시행규칙 하나에도 벌벌 떠는데 이토록 많은 법률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양산되겠는가? 아울러 파킨슨의 법칙처럼 공무원의 증가와 사회비용 증가는 필연적으로 후행하며 이는 개인의 자유의 제한과 비용부담(세금) 증가로 귀결된다. 시대에 맞지 않은 법률,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들은 과감히 개정하거나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초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이유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경제의 성장이라는 대의에 공감하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규제! ‘원인 투 아웃’(하나의 규제를 만들려면 두개의 규제를 없애는 정책)이라니, 일몰제라는 미세 조정들은 5739건의 법령이란 백사장에서 모래 한 알갱이 줍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행정부 차원의 개혁. 얼핏 보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지시하면 바로 규제개혁에 나설 것 같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법률이나 시행령과 같은 명시적인 조문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만 규제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권고, 자율 지침, 구두지시, 행정지도와 같은 ‘그림자 규제’가 지자체 등 현장 일선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통제가 어렵다. 관료제 특성상 공무원들은 이러한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하고 동시에 문책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를 기본값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행정부 차원의 규제개혁을 위해선 개혁 아젠다가 1,2년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내내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된다는 시그널을 공직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선 대통령이 5년 내내 ‘한 놈만 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아님 전봇대 하나 움직이는데 5년을 허송세월 하거나 규제 하나 고치는데 400일 소요되는 전철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갈래는 추진 동력 확보이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발전이라는 과제에 전 국가적 동력과 자원을 하나로 모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과 인력과 여론이 한데 모여야 한다. ‘수출 100억불 목표달성’, ‘1000불 소득 이룩하자’는 경제성장과 관련된 표어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표어로 기억되는 산아제한도 성공한 정부정책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시대적 여론과 국민 개개인의 꿈이 맞아 떨어져 국가가 움직일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달할 목표와 시간, 같은 생각, 같은 방향에 대한 국민적 동감을 이끌어낸 ‘정신적 합일’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이젠 경제 생산성 향상이 국가의제로 자리잡아야 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지 않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관료들의 편의만을 위한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입법 차원, 행정부 차원, 그리고 정서적 공감이 뒷받침 된 추진 동력 확보라는 세가지 방향에서의 개혁을 통해 이번 정부에서 만큼은 꼭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규제개혁에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시간은 간다. 개혁은 타이밍이다.
송길호(khsong@edaily.co.kr)22. 07. 07.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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