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40대 여성총리’ 낳은 영국정치 진면목

3406 2022. 9. 14. 10:25

오병상 기자

 

트러스 외무장관이 5일 영국 새 총리로 뽑혔다.

 

1. 영국에서 처음으로 ‘40대 여성 총리’가 탄생했습니다.

집권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Liz Trussㆍ47) 외무장관이 5일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차기 총리가 됐습니다. 영국은 내각제이기에 집권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습니다. 집권당은 보수당 그대로이지만 당대표(총리)가 바뀌면서 내각이 새로 구성되기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셈입니다.

 

2. 트러스 총리가 탄생하는 과정은 ‘내각제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첫째, 내각제 집권당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현재의 보수당은 2010년에 정권을 잡았으니까 현재 13년째 집권중입니다. 그 사이 총리는 데이비드 캐매런(2010년-2016년) 테레사 메이(2016년-2019년) 보리스 존슨(2019년-2022년)으로 바뀌었습니다.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내각은 바뀌지만 집권당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3. 이에 앞선 노동당 집권도 13년간 이어졌습니다.

1997년 토니 블레어가 ‘새 노동당(New Labour)’이란 구호로 보수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새 노동당’이란 ‘제3의 길’이란 수정주의 이론에 기반했습니다. 노동당의 사회주의 노선을 상징하는 강령(당헌 제4조) ‘주요시설의 국유화’를 삭제했습니다. 사회주의를 포기함으로써 13년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4. 블레어가 무너뜨렸던 보수당은 무려 17년간 집권했습니다.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1979년 집권해 11년 6개월간 장기집권했습니다. 대처는 오랜 사회주의에 찌든 ‘영국병’을 뜯어고쳤습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글로벌 우파정치를 이끌었습니다.

 

5. 영국 내각제에서 정권교체는 세계적 대전환과 궤를 같이 해온 셈입니다.

2차대전 이후 이어져온 유럽사회주의가 한계를 보일 즈음 보수당의 대처가 신자유주의를 들고나오면서 집권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성공하면서 공산권이 몰락했습니다. 그러자 노동당의 블레어는 ‘사회주의 포기’라는 자기부정 끝에 집권했습니다. 이후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노동당은 길을 잃고 보수당에 정권을 내주었습니다.

 

6. 둘째, 보수당은 보수당답게 가장 보수적인 인물을 뽑았습니다.

트러스는 ‘제2의 대처’로 불립니다. 트러스는 의식적으로 대처 비슷하게 입고 말하기도 하지만 생각 자체가 보수적입니다.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트러스는 감세와 규제완화 등 강경보수색을 분명히 함으로써 당심을 잡았습니다.

 

7. 셋째, 보수당은 트러스의 보수성을 오래 검증했습니다.

트러스는 좌파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 옥스퍼드대학 시절 동유럽의 사회주의 잔상을 확인하면서 ‘자유’에 매료돼 중도 자유민주당에 입당했다가 다시 보수당으로 전향합니다. 2006년 시의원을 거쳐 2010년 하원의원이 됐습니다. 대처리즘을 계승하는 책을 써 일찌감치 주목받았습니다. 2014년 최연소 입각한 이후 3명의 총리 밑에서 장관을 지냈습니다.

 

8. 영국은 민주주의 원조, 내각제 교과서, 정통보수의 나라입니다.

교과서적 원칙을 지키면서, 보수적 신중함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 40대 여성을 선택하는 유연함..근본이 느껴집니다.

[오병상의 코멘터리]2022.09.06.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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