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기다릴 줄 아는 자가 승리한다.

3406 2022. 9. 20. 10:24

삼국지에 보면 도원결의(桃園結儀)이후 운명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동생 관우가 오(吳)나라의 흉계에 걸려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촉한(蜀漢)의 황제 유비는 즉시 백만 대군을 몰아 오나라로 쳐들어갔다. 한 개인을 위한 복수전으로 이보다 더 큰 전쟁은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당한 오나라는 새파랗게 젊은 서생 육손이란 사나이를 발탁해서 방어의 임무를 부여했다.

 

대임을 맡은 육손은 사령관으로 취임하는 그날부터 촉군과 일체의 전투행위를 못하게 했다. 가장 혈기 방자한 사람들이 군인이요 무엇보다 용기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 또한 군인이다. 이들에게 싸우지 말라는 것은 엄청난 형벌인 것이다. 용사들은 즉시 적과 더불어 싸워야 한다고 성화를 부리는데 육손은 앉은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촉나라 군사들은 온갖 모욕적인 언사들을 던져왔다. 그러나 육손은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여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딘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가 산정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육손은 드디어 떨치고 일어나더니 유비의 백만 대군을 순식간에 격파하고 700여리에 걸친 촉군의 진지를 완전히 유린해버렸다.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은 이처럼 무서운 힘을 그 내면에 지니고 있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