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시행 특파원
요즘 미국 뉴욕 정가의 최대 화제는 조지 산토스라는 34세 초선 연방하원의원의 거짓말 퍼레이드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때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됐는데, 취임도 하기 전인 12월부터 두 달째 그가 벌인 거짓말과 사기 행각 뉴스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계 이민자인 산토스는 ‘흙수저 출신 아메리칸 드림 신화’의 표본 같은 인생 스토리를 유권자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뉴욕 명문 바루크칼리지를 졸업하고 월가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에서 일했다”고 했지만, 어떤 대학이나 금융사에도 다닌 적 없었다. “조부모가 나치 탄압을 피해 브라질로 망명한 유대인이다” “어머니가 세계무역센터에 근무하다 9·11 테러 때 희생됐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동물 구조 단체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남의 아픈 반려견을 내세워 온라인 모금을 한 뒤 돈을 가로챈 사실만 드러났다.
뉴욕 사람들은 신종 ‘정치 피싱’에 당한 걸 알고 충격받았다. 유권자 70%가 그의 사퇴를 원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뉴욕 공화당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회견을 열었지만 산토스는 1월 3일 워싱턴 DC 의회에서 의원 선서를 했다. 정치인의 ‘인생 분칠’만으론 범죄가 되지 않으므로, 본인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한 의회 입성을 막을 수 없다.
분노한 시민들은 명백한 불법인 산토스의 선거자금 유용 정황 등을 하원 윤리위원회와 언론에 투서하고 있다. 그의 캠프 회계장부에서 64달러짜리 초밥이 199.99달러로 부풀려 결제되는 등 유독 ‘199.99달러’ 지출 항목이 많은데, 200달러 이상 결제 시 영수증을 내야 하는 규정을 피해 정치자금을 사적 용도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런 이상한 지출 규모가 총 36만5399.08달러. 한화 4억7458만원짜리 사기·횡령·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연방·주 검찰이 수사 중이고, 브라질 검찰은 15년 전 산토스의 700달러(약 91만원)어치 절도 혐의 수사를 재개했다. 의회도 자체 징계부터 의원 퇴출 투표까지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미국에선 의원의 형사 범죄에 대해선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추세다.
산토스의 전임자인 피터 킹 전 공화당 의원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의회에 거짓말쟁이는 설 곳이 없다. 아무도 믿지 않는 산토스의 의정 활동은 무의미하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는 지역 구민과 동료 의원, 보좌진, 정부 관계자, 언론과 두터운 신뢰에 기반한 인맥을 쌓고 ‘나를 믿어달라’며 거래해 실적을 내는 일인데,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의원은 대통령 국정 연설에 참석한 산토스 의원을 보고 “부끄럽지 않나,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화당
강골들의 호통,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다.
[특파원 리포트] 뉴욕=정시행 특파원 2302.18.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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