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161221 핫산의 자존심
상당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던 핫산이 모든 것을 버리고 현자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었다 핫산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그의 스승은 아직도 그가 속세에서 가지고 있던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스승은 작은 깨달음을 주어야겠다고 그에게 말했다.“핫산아, 시장에 가서 양의 내장 40kg만 사가지고 오너라. 그러나 반드시 등에 메고 돌아와야 한다.” 핫산은 즉시 마을의 한 쪽 끝에 있는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장을 사서 메고 걷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핏물은 순식간에 핫산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핫산은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태연한 척 걸었지만 마음속은 달랐다. 핫산이 힘겹게 사원으로 돌아왔을 때, 스승은 핫산에게 ‘정육점에 가서 큰 냄비를 빌려오라’고 말했다. 스승이 시킨 대로 큰 냄비를 빌려 짊어지고 온 핫산은 급하게 세면장으로 가서 더러워진 몸을 깨끗이 씻었다. 몸을 씻고 나온 핫산을 스승이 다시 불렀다. “핫산아, 지금 당장 시장으로 가거라. 그리고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혹시 등에 짐승의 내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도록 해라. 그리고 다시 정육점 방향으로 가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피로 얼룩진 채 큰 냄비를 들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였다. 핫산은 스승이 시키는 대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본적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핫산이 돌아와 이 얘기를 스승에게 전했을 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알겠느냐? 아무도 너를 보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너는 사람들이 형편없는 네 모습을 보고 너를 비웃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아무도 네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네 스스로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네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저녁이 되자 스승이 잔치를 준비하고 모든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뒤, 이렇게 말했다.
“자, 마음껏 들어라. 이 스프는 핫산의 자존심과 명예로 만든 스프이니라.”
자존심 때문에 본인은 안달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른다. 그러나 자존심을 내려놓은 줄을 알면 다른 사람들은 존경하고, 자존심을 세운 줄 알면 다른 사람들은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