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어째서 그런지 오래도록 이유가 궁금했는데 얼마 전 어느 기업의 임원과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은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상황에 따라 사람의 대응 능력이 달라지는데 위기가 되면 평소의 200% 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데드라인이 있으면 어쨌든 끝내게 되는 이치와 비슷하다는 얘기였다. 내 생각은 이랬다. 위기라 함은 그동안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 돌아보게 되고 질문하게 된다. 이 길이 맞는지, 왜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깊이 묻게 된다. 매일 닥친 일을 쳐내며 지낼 때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데까지 시선을 두며 묻고 또 묻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흔들리니까. 그러다 보면 그동안 통했던 방식도 베스트는 아니었다는 데 생각이 닿고 길을 열어줄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위기가 닥치면 더는 이럴 수가 없다. 바꾸지 않을 도리가 없고 혁신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빛나는 성과들은 코앞에 데드라인이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찾아낸 변화요 혁신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위기는 근본을 돌아보게 하고 질문하게 하며 결국은 살기 위해서라도 변화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데, 바로 이런 맥락에서 위기가 곧 기회가 되는 게 아닌가 한다.
서울과 부산의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정치권은 지금 어수선하다. 이긴 쪽도 자신들이 예뻐서 시민들이 표를 준 게 아님을 안다며 자세를 낮추고 패배한 쪽 역시 연일 반성문을 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위기라 생각한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에게 자신들은 과연 무엇인지, 왜 꼭 자신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라 말하고 싶다. 내가 보기에 지금 한국의 정치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다 위기인 것 같기 때문이고 정치가 이러면 국민들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아, 합종연횡, 조직을 만들기에도 시간이 없고 승리 전략을 짜기에도 바쁜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앞서 레고 사례에서 보듯 답은 근본을 돌아보는 질문 속에 있을 때가 많다. 정치뿐 아니라 일하는 모든 분이 이 질문을 가까이하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왜 꼭 나라야 하는지!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21.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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