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감사의 신발

3406 2022. 7. 26. 10:05

오래전에 한 신문사에서 도둑의 권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좌담회를 연 적이 있다. 일종의 '도둑 방지 세미나'라고 할 수 있는데, 쟁쟁한 이력을 가진 그들의 발언 중에서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도둑들은 집을 털 때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으면 의욕이 상실되어 대개의 경우 도둑질을 포기하지만, 반대로 벗어 놓은 신발들이 무질서하게 멋대로 널려 있으면 마음 놓고 도둑질을 한다는 것이다.

 

만일 마귀들이 믿는 자들의 마음을 뺏기 위해 전략 회의 하는 것을 몰래 듣는다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

 

C. S. 루이스의「스크루테이프의 편지」식으로 한다면, 이런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야, 원수의 집에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그냥 나왔어. 아, 재수 없게 그 사람의 현관에 감사의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지 않겠어? 경험적으로 봤을 때 그런 사람들의 서랍과 장롱을 열면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기쁨, 만족, 사랑, 소망과 같은 보기만 해도 역겨운 것들이 잔뜩 들어 있을 뿐이야. 욥이 그랬잖아. 우리가 모든 것을 빼앗고, 그의 손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 때에도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라고 말해서 우리를 질겁시켰잖아."

 

마귀는 원망과 불평이 아닌 감사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 집에는 자신이 헛수고할 것을 알기 때문에 얼씬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오정현)

 

“감사는 의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감사를 받을 권리를 가지지 않았다. (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