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주회 할 때 무대에는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옆에 앉아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페이지 터너’라고 부른다. 구 소련 출신의 전설적인 미국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이 믿는 페이지 터너가 없으면 연주를 하지 못하는 피아니스트도 있다고 한다.
페이지 터너는 화려한 옷을 입어서는 안 되고,악보를 넘길 때 연주자를 건드리거나 가리면 안 된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겨주어야 하며, 두 장을 넘겨서도 안 되고 정확히 한 장을 넘겨주어야 한다.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이렇듯 페이지 터너는 있으나 없는 듯한 존재이다. 또한 성공적으로 연주가 끝났을 때 연주자는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지만 페이지 터너는 박수를 받지 못한다.
없는 듯한 존재, 그러나 꼭 있어야 하는 존재. 이 세상은 그런 존재가 신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옮겨온 글)
“성인은 스스로를 낮춰 남의 뒤에 머물기에 오히려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으며,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살린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므로 오히려 그 존재가 밝게 나타나고,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지 않으므로 오히려 옳게 드러나고, 스스로 뽐내지 않으므로 공을 이루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므로 오래가는 것이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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